회장의 수행기사로 일하는 A씨는 늦잠을 자서 해고 당했다고 도움을 청하였다.
늦잠을 자느냐 출발일정을 맞추지 못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입사 후 5개월동안 두 차례나 있었다고 했다.
본인도 크게 자책하고 있지만, 해고만은 피할 수 없겠냐며 한숨을 크게 쉬었다.
나의 심장은 생각했다.
'아니...운전기사가 늦어?', '자느냐고?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나는 냉철한 전자두뇌로 일하는 자. 한 건이라도 더 해서 노동수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자.
'해고는 과하다' 라는 판단으로, 사건을 수임했다.
회사 측 주장
1. 입사한 지 5개월이 지나지도 않아, 신뢰관계가 확립되지 않았음에도 두 차례의 '무단결근'을 하여 피해를 준 점.
2. 해고 과정에서 "나같아도 자르겠다."라는 등 해고에 대한 정당성을 수차례 인정한 점.
3. 업무태도 개선에 대한 각서 작성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한 점.
4. 회사는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했고, 15일분 임금을 더 달라고하면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처리를 부탁한 점.
5. 해고 후, 회장 사모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인사를 전하며 해고를 받아드린다고 표현한 점
6. 면담자리 마련 등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부여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해고는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음...구구절절 틀린 말이다. 그렇게 동기화시킨다. 나는 이렇게 반박했다.
회사 주장에 대한 반박
1. 근로자 A씨는 회사가 해고사유로 말하고 있는 '무단결근'을 한 사실이 없고, 부주의로 인한 실수(지각)를 저지른 것임. 사태수습을 위하여 최선을 다했으며, 실질적으로 심대한 피해발생은 없었음.
2. "나같아도 자르겠다.'라고 말한 것은 본인의 실수에 대한 반성과 후회를 간곡하게 전한 것이지, 해고가 정당하여 온전히 수용하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음.
3. 회사에서 작성하도록 요청한 업무태도 개선 각서는 향후 지각이 있을 경우, 퇴사를 예정해야한다는 조건부 계약해지 각서 작성을 종용한 것으로, 정당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내용이 있었음. 성실근로를 다짐하는 내용의 각서였다면 몇 번이고 작성하였을 것임.
4. 해고예고수당은 사용자로서 당연한 의무임. 부당한 해고가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였다고하여 정당화되는 것은 아님. 실업급여와 추가임금을 요청한 것은 갑작스런 해고로 생계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음. 경제활동의 공백상태와 장래에 대한 불안에 기인한 것임. 이러한 요청이 있었다고 하여 해고처분을 인정하고, 수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음.
5. 사모에게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문자메세지 전한 사실 있음. 그 동안 자신을 따듯하게 대해준 감사의 인사 또는 후회와 반성에 대한 인사말이었음. 또한, 사모는 근로계약의 상대방 내지 최종적인 인사권자, 고용관계의 당사자라고도 할 수 없음.
6. 회장은 구두로 갑작스레 통보함. 회사가 주장하는 면담자리는 해고가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있던 자리에 불과했으며, 실질적인 소명의 기회는 없었음.
등 근로자 A씨는 실수에 대하여 깊은 반성을 하고 있고, 지각 후에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며, 그 동안 징계전력 또한 없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해고는 정당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였다.
노동위원회 심문회의
근로자 A씨는 나의 이유서와 카인드한 멘탈케어로 인하여 처음 사건을 의뢰할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아놔, 노무사님 이거 해고는 아니잖아?!, 해고는 너무한거 아니오? 맞잖아요?!"
'....'
노동위원회에 가면, 심문회의 전과 후 그리고 도중에 합의 권고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진다.
공익위원,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이 거기에도 모자라 연로한 공익위원장님의 집요하고, 끈질긴 설득과 합의 회유를 근로자A씨는 끝까지 뿌리쳤다.
"임금 3개월치 안주면 절대 합의 못 하오!! 중립국 중립국!"
메시의 탈압박이 생각났다. 목적을 위하여 천년을 기다리는 황장군의 모습도 보았다.
혼란의 틈을 타 나는 공익위원님께 "지각 2회 중 1회는 업무가 아니었습니다. 회장의 주말병문안 개인일정이었습니다. 회사에 실질적인 피해를 끼치지도 않았지요."라는 사실을 읍소했다.
그러자 공익위원은 "오오 그래요?" 라고 고개를 유의미하게 끄덕였다.
뱀같은 우리 근로자 A씨도 이 긍정적인 시그널을 목격했는지, 내 손을 두 손으로 꼬옥 잡았다 -_-
최종판정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판정 결과는 당일 문자메세지로 통보해준다.
[web발신] [ㅇㅇ지노위] 금일 신문회의 개최한 □□주식회사 부당해고 구제신청사건의 판정결과는'임용'임을 알려드립니다. |
승리!
1승을 또 추가했다. 승리 후 근로자A씨에게 승전보를 알렸다.
"아 예 운전중이니까..다음에 통화하시죠"
'....'
인용판정이 있은 후, 회사 측에서 합의를 제안했다. 원직복직만은 막으려는 회장님의 고통이 느껴졌다.
사실 운전수행기사 직무의 근태와 일정준수는 일반 사무직무에 비하여 보다 더 고도의 주의를 요한다고 생각한다.
운전기사가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한다? 회사 측의 분노와 억울함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해고한다면..기계화시켜야지..
자율주행의 시대가 하루빨리 도래하기를 기원하며...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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