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채용 취소 (고작 이유가?!)

이직을 위해 서류전형, 실무면접, 임원면접 많은 허들을 넘고, 회사로부터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출근예정일을 안내받고, 입사구비서류를 준비하던 중 해괴망측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원자님 죄송합니다. 대표님과 협의 결과 채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내려 졌습니다."

구직자 A씨는 어이가 없었지만, 인사담당자에게 이유를 들으니 더욱 분개할 수 밖에 없었다.

"자소서 지원동기 부분에 다른 회사이름을 기재하셔서...대표님께서 화가 많이 나셨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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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A씨(이하 '구씨 형님'이라 함)는 결국 다른 회사로의 이직에 성공하셨다.

그러나, 본인이 당한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정의구현을 행하여야 겠다는 대의를 품고, 사건을 의뢰하셨다.

'아니, 최종합격 통보까지 해놓고서, 자유양식의 자기소개서에 오류가 있다고 하여 취소가 가능한 일인가'

물론, 잘했다고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 취준생들도 여러 회사를 지원하다보니까 자소서/지원서 편집과정에서 이러한 오류를 심심치않게 저지른다.  보통 서류에서 광탈하거나 또는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 듯 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회사가 지원자에 대한 모든 평가를 거쳐

최종적으로 적임자라 판단한 후 합격통보까지 했으면서... 채용을 취소한 해고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사건의 난이도를 측정했다. VERY EASY! 크하하하핳 개이득.

 

먼저, 구씨 형님께 모든 관련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였다.

사건 경위와 증거자료(문자메세지, 문제의 자소서 등)이 일목요연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회신해주셨다.

역대 최고의 의뢰인, 그냥 사실관계만 연결시켜 놓으니 이유서 작성이 거의 완성되었다.

스윽 봐도 매우 부당함이 느껴지고, 승리의 기운이 우리 사무실로 모여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완벽을 추구하는 프로폐셔날. 가볍게 움직이고, 망령되게 행동하지 않는 바위같은 사람.

닭을 잡을 때도 소잡는 칼을 쓰는 잔인한 사냥꾼. 기타 등등 최고맨!

 

근로관계 성립 시점

 

보통 첫 출근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입사 후에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출근예정일 전, 그러니까 입사 하여 근로 제공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와 구씨 형님은 유효하게 근로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근로관계는 언제 성립하는 것일까?

 

사용자의 근로자 모집은 근로계약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고, 근로자가 요건을 갖추어 모집절차에 응하는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에 해당하며, 이에 대하여 사용자가 전형절차를 거쳐 근로자에게 최종합격 및 채용을 통지하면 근로계약의 승낙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는 현실적인 근로의 제공과 임금 지급이 이루어지기 상당기간 전에 사용자가 채용을 미리 결정하는 이른바 ‘채용내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회사는 면접절차를 거쳤고, 그 후  지원자를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외부적·객관적으로 표명하여 구씨 형님에게 통지 하였으므로,

근로계약의 청약과 승낙이 이루어져 양 당사자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보는 것이다.

 

채용 취소의 성격

 

따라서 채용합격 통지를 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고,

그 후 회사가 구씨 형님에 대한 채용내정을 취소한 것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법리가 적용되어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한다.

 

한편, 대학졸업 등 일정한 요건을 성취하였을 것을 전제로한  '채용내정' 이나

시용기간을 설정하고 업무적격성 평가 결과로 본 채용 여부를 확정짓는 시용계약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정당한 사유'가 아닌 보다 완화된 '합리적인 사유'만 있으면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받는데,

이 사건의 경우는 특별히 이러한 사실관계도 없어 엄격한 잣대로 판단을 구한다고 이유서에 담았다.

 

사건의 결말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서를 접수하고, 몇 일 후에 조사관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사건이 많아 심문회의가 2개월 후에 개최될 예정이라고...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나쁠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러자, 회사 측에서 1개월분의 임금으로 합의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3개월분이 아니면 합의의사가 없습니다, 그냥 심문회의 가시지요."

젠틀함 수치를 최고조로 끌어 올린 후, 최대한 느긋하고 상냥하게, 말은 너를 위하지만 실상은 나만을 위하는,

이러한 스탠스로 1차 합의가 결렬 되었다.

 

회사는 2개월 지나 심문회의까지 가게 되어, 인용결정이 난다면 '원직복직'과 '3개월분 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했다.

회사도 이 사실을 모를리 없었다, 다시 연락이 왔고, 3개월분의 임금을 지급하고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구씨 형님은 이 합의로 출근 없이 1,200만원을 지급받았다.